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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구마차조밥과 노물밥상

고구마차조밥과 노물밥상

아흔이 족히 되어 보이는 마을 어르신은 건강의 비결로 “노물을 많이 먹어서” 라시네요. “나물이요?” 물으니 “응~~, 노물”이라 답하십니다. 무동마을은 쌀을 제외하고는 농작물의 규모가 크질 않습니다. 고구마농사도 조금, 오이농사도 조금... 일제의 수탈과 전쟁 이데올로기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온 마을 역사의 반증인 것 같다고 조심스레 추론해 봅니다.

어르신은 예전에 쌀에 고구마를 조각조각 썰고 차조를 섞어 지어먹은 밥맛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합니다. 지금은 조 농사를 짓지 않을뿐더러 예전의 배고팠던 추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안해 드셨다 는데, 십수년 만에 맞이한 고구마차조밥 앞에 설렘 가득한 표정이십니다.

고구마순은 껍질을 벗겨 김치로 담그고, 집 토방 항아리에서 묵힌 된장을 풀고 밭에서 따온 호박잎을 넣어 끓인 호박잎된장국, 깻잎장아찌, 들깨가 통째로 들어간 콩나물, 집 간장으로 조물조물 부쳐낸 가지나물, 고춧잎 무침까지... 무등산 자락에서 키워낸 식재료들로 지난해 만들어놓은 장과 밑반찬을 먼저 차리고, 밭에서 막 따온 식재료들에 어머님들 손이 몇 번 움직이니, 무동마을 여름 밥상이 금방 차려집니다.

꾸밈없는 밥상이지만 풍요로움에 군침이 반응합니다. 저장과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식재료들은 그만큼 신선한 색으로 상위에 오릅니다.

마을입구 느티나무 정자 아래서 맞이한 밥상이 더 정겹습니다. 어르신들은 “시골이라 순 노물밖에 없다”시지만, 담양에서도 대표 장수마을인 이곳의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.

그래서 감히 이름을 붙여봅니다. 무동마을 고구마차조밥과 노물밥상... ‘나물’을 ‘노물’이라 말하는 어르신들의 언어가 좋아 그대로 붙여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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